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에게 식사 조절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특히 당뇨나 간 질환까지 동반된 경우라면, 식습관뿐 아니라 생활 전반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상담 현장에서는 흡연과 음주를 지속하거나,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복합 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흡연과 음주, 불규칙한 식사를 반복했던 한 환자의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식생활 개선 전략을 소개합니다.
이번에 상담한 환자 역시 48세의 비교적 젊은 연령임에도 불구하고, 흡연과 음주를 반복하며 식사관리의 기본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우고, 주 3회 이상 막걸리를 마시며,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외식, 저녁은 술안주 중심으로 해결하는 식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혈당은 공복 시 339mg/dL, 식후 2시간 혈당은 274mg/dL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고, 알부민 수치 2.4g/dL, 크레아티닌 3.8mg/dL 등 전반적인 영양 상태와 신장 기능도 좋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식사와 생활습관을 지도해야 했을까요? 무조건 금지하는 방식이 아닌, 환자의 현실을 이해하고 우선순위를 조절하면서 단계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운 사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 48세 투석환자, 당뇨와 간염 동반
✔️ 흡연·음주 반복, 외식 위주 식사
✔️ 공복혈당 339, 알부민 2.4로 영양상태 불량
✔️ 흡연 감량→외식 보완→당뇨식 교육 순서로 개선
✔️ 환자 주도 행동 변화 유도에 중점
담배와 술이 만든 투석환자의 식사불균형
48세의 혈액투석 환자 M씨는 만성 B형 간염과 당뇨병을 함께 앓고 있으며, 신장기능 저하로 인해 정기적인 혈액투석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키 164.5cm, 몸무게 46.5kg으로 표준체중(약 59.5kg) 대비 78%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저체중 상태에 해당합니다. BUN 36.3 mg/dL , 크레아티닌 3.8 mg/dL , 알부민 2.4 g/dL , 빌리루빈 2.71 mg/dL 로 수치상 영양상태와 간기능 모두 악화된 상태였습니다. 특히 공복혈당(FBS)이 339 mg/dL , 식후 2시간 혈당이 274 mg/dL 로, 당뇨병성 합병증 위험이 매우 높은 수치였으며, 혈색소 수치(Hb 10.3 g/dL ) 또한 빈혈 범주에 속합니다.
환자는 하루 한 갑 이상의 흡연과 주 3회 이상 음주(막걸리 1.5병)를 반복하고 있었고, 식사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은 외식(된장찌개, 비빔밥, 갈비탕 위주), 저녁은 음주가 있을 때만 식사하는 패턴을 유지해 왔습니다. 커피믹스를 하루 3잔 이상 마시며, 최근에는 여주를 볶아 먹는 등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습관은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담을 통해 분명히 전달하였습니다.
흡연과 음주가 반복된 식생활은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특히 투석 중인 당뇨 환자에게는 혈관 손상과 영양소 흡수 장애를 가중시켜 합병증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이에 상담 과정에서 ‘왜 식사 조절이 힘들었는지’, ‘담배를 왜 끊기 어려웠는지’를 먼저 듣고, 그 현실에 맞는 맞춤 전략을 제시해 보았습니다. 처음엔 다소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식후 혈당 수치와 간기능 수치 변화가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자, 고개를 끄덕이며 “이젠 진짜로 끊어야겠네요”라고 말하셨습니다.
당뇨 동반 투석환자의 외식 중심 식사, 영양 불균형 초래
M씨는 하루 세끼 중 아침은 거의 거르고, 점심은 대부분 외식으로 해결하며, 저녁은 음주 여부에 따라 유동적으로 식사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는 된장찌개, 청국장, 비빔밥, 갈비탕처럼 탄수화물과 나트륨이 많은 메뉴가 주를 이뤘고, 단백질 급원 식품은 매우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투석 중인 당뇨 환자에게는 적절한 단백질 섭취가 필수적이나, 이 환자는 오히려 주식 중심으로 식사가 치우쳐 있었습니다.
이처럼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은 식후 혈당을 급격히 올릴 뿐 아니라, 체중이 늘지 않고 알부민 수치가 저하되는 영양 불균형의 원인이 됩니다. 실제로 이 환자의 알부민 수치는 2.4g/dL로, 투석 환자의 최소 권장치(3.5g/dL)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이에 단백질 급원 식품을 아침 간식이나 점심 반찬에 조금씩 포함시키는 방법부터 제안드렸습니다. 예를 들어 계란찜이나 생선구이 한 토막, 삶은 두부 반모 정도라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환자는 “외식이 익숙해서 집밥은 번거롭다”라고 말했지만, “매번 밖에서 먹는 것보다 반찬 한두 가지만 준비해서 싸가보는 것도 가능하겠네요”라며 생각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식사에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근육 손실과 면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에, 환자 본인도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투석환자 흡연과 간질환이 가중하는 대사 부담
M 씨는 하루 한 갑 이상의 흡연을 20년 넘게 지속해 왔으며, 동시에 만성 B형 간염으로 인한 간 기능 저하를 겪고 있었습니다. 현재 AST는 82 mg/dL , ALT는 49 mg/dL , 총빌리루빈이 2.71 mg/dL 로, 명백한 간 손상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간염이 있는 환자가 흡연을 지속할 경우 간세포 재생이 억제되며, 대사 기능의 전반적인 저하로 인해 당 대사 또한 악화됩니다. 이는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입니다.
흡연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혈관 기능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당뇨뿐 아니라 신장과 간에도 이중 삼중의 부담을 줍니다. 특히 투석 환자의 경우 담배 속 니코틴 성분이 혈압과 심혈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사망률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상담 시 이 내용을 설명하며 “담배를 단순히 안 좋은 습관으로만 보지 말고, 지금의 치료에 장애물이 되는 실제 독소로 인식해 보자”라고 조언드렸습니다.
환자는 처음엔 “20년 넘게 피운 걸 끊을 수 있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이젠 병이 너무 많아져서 겁난다”며 담배를 줄이려는 의지를 보이셨습니다. 저는 하루 한 갑에서 반 갑으로 줄이는 1단계 계획을 제안하고, 금연보조제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안내해 드렸습니다. 환자는 “이렇게 단계적으로 접근해 보는 건 처음이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실제 다음 방문에서 흡연량을 줄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당뇨 동반 투석환자 오해와 실천 간극 극복법
이 환자는 당뇨 진단을 받은 지 꽤 오래되었지만, 식사 조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실천 경험이 부족했습니다. “여주는 당뇨에 좋다 해서 볶아 먹는다”, “밥을 줄이면 혈당이 내려가겠지” 등과 같은 단편적 지식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환자는 아침은 굶고, 점심은 비빔밥이나 찌개 위주로 먹은 뒤, 저녁에는 술안주를 겸해 식사를 해결하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었고, 믹스커피도 하루 세 잔씩 마시고 있었습니다.
공복혈당은 339mg/dL, 식후 2시간 혈당은 274mg/dL로, 전반적으로 혈당이 고정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투석 중인 환자의 경우 당뇨병성 합병증 관리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단순히 식사량을 줄이는 방식이 아닌 ‘균형 잡힌 섭취’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따라 하루 3끼를 가능한 일정한 시간에 섭취하고, 주식, 단백질, 채소의 구성을 일정하게 맞추는 식사 원칙을 설명드렸습니다.
환자는 “여태껏 당뇨 식단은 무조건 굶는 거라고 생각했다”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후 “이제는 뭘 먹어야 하는지 조금 감이 온다”며 식사일지를 작성해보겠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실제 식단 예시와 함께 ‘어떻게 먹어야 혈당이 유지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였고, 교육 후 환자는 “처음으로 당뇨식이라는 게 무조건 절제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전략이 오히려 환자의 자신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론: 복합 질환 환자의 식생활, 우선순위를 세워야 합니다
이 사례는 당뇨, 만성 간염, 그리고 투석이라는 복합 질환을 가진 환자가 흡연과 음주, 불규칙한 식사 등 생활 습관의 문제까지 동시에 안고 있는 복잡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흡연 감량 → 외식 식단의 균형 → 당뇨식사 원칙 교육이라는 순서로 우선순위를 두고 접근하면서, 환자 스스로의 행동 변화가 유도되었습니다.
무조건 금지와 절제만을 강요하기보다는, 환자가 실현 가능한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투석 환자에게는 체중 유지와 혈당 조절, 간기능 보호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므로, 식사요법의 ‘조율’이 치료의 핵심이 됩니다. 이번 상담을 통해 환자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자기 질환을 이해하고 행동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비난보다는 안내, 단속보다는 조율의 자세로 다가가는 영양 상담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인 우선순위를 정하고, 작은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환자의 생활환경과 심리를 고려한 접근이야말로 치료 지속성과 삶의 질 향상의 핵심입니다.